육아3 [육아일기] 아이는 나를 키운다 3편 우리 세 식구는 대구에 위치한 한 실내 테마파크를 찾았다. 아이는 안전장치를 메고 1층에서 2층까지 높이의 계단을 차곡차곡 올라 2층에 쭈욱 하강하는 익스트림을 하고 싶어 했다. 못 할 것 같다고 나는 말했다. 남편은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해봐 중간에 내려와도 괜찮아" 초등학생 언니들도 중간에 포기하길래 우리 아이도 세 계단 정도 오르겠거니 했다. 그런데 아이는 끝까지 오르고 망설임 없이 하강했다. 내 선입견에 아이의 가능성을 가둘 뻔한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 말미에는 내가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다 담겼다. 창피하게. 주책맞게. 아이는 어쩌면 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무수한 .. 2024. 2. 15. [육아일기] 아이는 나를 키운다 2편 "엄마 미워" 작고 예쁜 입에서 고운 말만 나올 줄 알았는데, 다섯 살 된 우리 아이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이전에는 그냥 넘어갈 일도, 요샌 얄짤없다. 바로 "엄마 미워" "엄마가 왜 미워?" "엄마가 어쩌고 저쩌고.." 이해 못 할 말들이다. 정확한 이유가 없다. 이유가 있더라도 명확히 전달이 안된다. 이럴 땐 그저 감정을 이해해 주기로 했다. 나도 종종 내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다섯 살 아이는 오죽할까. "아 우리 반짝이가 지금이 마음이 안 좋구나. 이러이러해서 속이 상하는 거구나. 그럼 마음이 풀릴 때까지 엄마가 기다려 줄게. 괜찮아지면 엄마한테 말해줄래?" 거의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엄마가 밉단다. 대신 날 미워하는 시간(=풀릴 때까지의 시간)이 달팽이 기듯 아주 서서히 줄.. 2024. 2. 15. [육아일기] 아이는 나를 키운다 1편 "엄마, 내 품에 안겨" 어느 날 30여 개월인 우리 아이가 잠들기 전 나에게 말했다. 아이의 품은 작지만, 내가 안았던 그 무엇보다 따뜻했고, 그 자체로 온 우주였다. 원래 안기라고, 안아달라고 하는 쪽은 역시나 늘 나였고 남편이었다. "우리 아가, 엄마 안~~" "아빠 안아줘~~~" 그럼 아이는 멀리서도 우리 품을 향에 뛰어들었고, 폭 안겼다. "안아줘" 가 아닌 "내 품에 안겨"라는 말은 색다른 감동이었다. 아이의 그 말에 나는 홀딱 반했다. 그리고 아이가 5살이 된 지금도 그 말에 위로받고 있다. 우리 가족은 남들보다 특별하게 표현을 많이하거나 하는 가족은 아니다. 그런데 아이는 어떻게 그런 말을 생각해 냈을까? 친구들에게서 배운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과한 감동을 받고 있는 걸까? 이거 하나만.. 2024. 2. 15. 이전 1 다음 반응형